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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신흥종교, 모던 스타트업과 F-Lab

— F-Lab은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일까 II


목차

교육기업은 '교육'을 판매하지 않는다
21세기의 신흥종교, 모던 스타트업과 F-Lab
성장에 목마른 이들에게 2가지 영약을 팝니다


에프랩의 비즈니스와 제품을 들여다보기 전에, 모던 스타트업을 먼저 정의하고 싶습니다.

현대의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성장 속도, 기술 사용 여부, 비즈니스 방법 등에서 기존의 기업들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현대그룹도 처음에는, 그 시절의 스타트업이었겠죠.

제 생각에 현대의 스타트업은 새로운 종교입니다. 그것은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비즈니스를 통해 세계의 점진적 변화가 아니라, 획기적인 변화를 노립니다. 그들은 이러한 목표를 위해서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객과 팀원들을 열렬한 신자로 만들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성공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비전이 사람들의 맹신을 이끌어내야 한다거나, 혹은 그런 식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와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미래를 스스로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한다는 점입니다. 시장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해서 어떤 식으로든 바꾸어내려고 합니다. 그 방향이 고객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다면 그 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것입니다.

성공 여부를 떠나 오늘날의 많은 모던 스타트업은, 미래에 관한 독창적인 신념을 현실화하기 위해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발견하고, 테스트하고, 제공하는 일을 효과적으로, 빠르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공한 비즈니스의 공통점

모던 스타트업을 이야기하면서 저는 기술에 관련된 이야기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J커브를 그려야 한다거나 특정한 방법론을 채택하거나 배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다만 지난 스타트업 경험과 에프랩의 히스토리를 추적하면서 발견한 것은 성공적인 비즈니스에는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공통점은 한 가지입니다. 바로 고객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아마 이것은 이상한 말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고객의 선택을 받습니다. 이것의 대우(對偶)도 참입니다.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이 자명해보이는 두 명제가 만들어내는 넓은 스펙트럼 사이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기업이 실패하는 제품을 내놓기도 하고, 완전히 망하기 직전의 회사가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적처럼 재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제품, 서비스, 물건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에프랩이 교육기업인지 아닌지는 저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로봇이 은행계좌를 소유하게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아마 우리의 고객은 인간일 것입니다. 고객이 무언가를 구매(선택)하는 과정은 시간적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산다면, 그 전에 점심을 먹었거나, 사무실에서 긴 업무를 마쳤거나,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만나 인사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커피를 사는 목적은 이와 같은 타임라인의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만약 다른 타임라인에 놓여 있었다면 이들은 커피 구매가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서비스나 재화의 가치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물건 자체의 가격이나 품질이 아닙니다. 그 물건이 누구의, 어떤 상황에 소구하느냐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성공적인 몇몇 교육 플랫폼과 기업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보면, 그것의 비즈니스 성격이 다소 다르게 비춰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관점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설득력을 갖는다면,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교육 기업"이라고 이름 붙은 여러 비즈니스를 동일선상에 놓고 경쟁사로 포지셔닝하거나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고 주장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에프랩은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교육기업"이라고 편의상 분류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편의적 분류는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 혹은 고객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어떤 맥락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가치를 갖느냐 하는 점입니다.

에프랩의 멘토링에 관한 현상적 설명

에프랩은 현재 멘토링이라는 이름으로 멘티들에게 고가의, 고관여 교육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멘토링'도, '교육 상품'도 하나의 라벨일 뿐, 실제로 에프랩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들여다보는 데에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현상 그 자체를, 본질적으로 기술해보려고 합니다.

에프랩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나보다 개발을 잘 하는 사람과 일주일에 한 번, 한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걸 원치 않거나, 혹은 원치 않았던 사람들은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환불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멘토링을 받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이름난 기업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기술적인 지식도 아주 풍부한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 결과로 멘티들은 전에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하게 됩니다. 두꺼운 기술서적을 몇 달 동안 들여다보고,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이해하고, 라이브러리를 선택하거나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방법, 코드를 작성하는 습관을 바꿉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업무(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고, 커리어(직무와 관련된 중요한 선택)를 더 진지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학습'일까요? 이것은 '교육'일까요? 모릅니다. 중요한 건 에프랩이 멘티에게 멘토를 만날 수 있도록 소개시켜주었을 뿐인데, 많은 멘티들의 이후 몇 달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많은 멘티들이 강도높은 지식노동(책읽기, 모르는 게 나오면 머리 싸매고 고민하기)과 인간적 관여(불편함과 어색함을 무릅쓰고 멘토에게 메시지 보내기, 친하지도 않은 에프랩 스태프들에게 고충 토로하기, 다른 멘티가 남긴 메시지에 댓글 달기 등등)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우리는 방법을 알려줄 뿐, 공부는 당신의 몫"이라며 수백만 원을 받아간 에프랩에게 큰 불만도 없습니다. (NPS와 다양한 의견을 통해서 노이즈가 발생하지만, 지난 3년에 걸친 에프랩의 ROI 수치는 굳건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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