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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업은 '교육'을 판매하지 않는다

— F-Lab은 무엇을 팔고 있는 것일까 I


목차

교육기업은 '교육'을 판매하지 않는다
21세기의 신흥종교, 모던 스타트업과 에프랩
성장에 목마른 이들에게 2가지 영약을 팝니다


전세계 유니콘 클럽 명단에는 이 글을 작성한 12월 9일 현재 1,194개 기업이 등재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에듀테크(Edtech) 카테고리로 분류된 기업은 32개입니다.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까지, 유니콘 숫자는 중국, 미국, 인도 순으로 많습니다.

교육 기업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그 이미지와, 에프랩의 이미지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에프랩은 교육 기업일까요?

분명히 우리는 개발자를 교육하는 멘토링 프로그램과, 학습 공간, 기타 여러가지 교육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교육 기업, 나아가서는 기술을 이용해 교육서비스를 판매하는 에듀테크기업임이 분명합니다.

문제는 교육기업 또는 에듀테크라는 업종 카테고리만으로는, 비즈니스의 당사자로 에프랩 팀원들이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개발자로 살아남는 "진짜" 방법이라는 글은 에프랩이 교육기업이라는 사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설명을 하는 것은 가능할 겁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요.

"에프랩은 개발자 직무 멘토링을 제공하는데, 멘토 중 한 분이 개발자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글을 공유해줘서, 관련성이 있다."

좀 더 짧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멘티들에게 이 글이 어떻게 의미가 있을지를 좀 더 분명하게 말하려면 어떤 정의가 필요할까요?

비즈니스로서의 '교육'은 정말로 교육일까?

여기에 답하려면, 저는 "교육기업"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세게 말하면, 비즈니스 영역에서 사용되는 '교육'이라는 용어를 해체해야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에듀테크 유니콘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은 인도의 바이주스(BYJU'S)입니다. 바이주라는 창업자의 이름을 딴 이 기업은 처음에는 바이주 본인의 어린이 수학 과외 서비스로 시작해서, 주로 학교 시험과 관련된 과목에 대한 학습 컨텐츠를 제공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인도 전역에서 500개가 넘는 학습 센터 겸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수동적 학습'이 아닌 '적극적 학습'을 촉진하는 "바이주 미래 학교"를 인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미국의 직무교육 크리에이터 플랫폼인 아티큘레이트(Articulate)는 온라인 직무 강좌를 손쉽게 개설할 수 있는 CMS 및 LMS 솔루션 판매기업입니다. 2022년 현재 170여개국, 10만여 개 기관이 아티큘레이트를 통해 1억2천만 명 이상의 학습자에게 온라인 직무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두 기업은 고객 세그먼트는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기업의 모습에 근접합니다. 온라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기업이 하는 일은 교육 그 자체와는 사실 거리가 멉니다.

실제 교육과 교육기업이 하는 일의 차이는?

교육은 보통 학습자와 교수자간의 상호작용을 모두 가리키는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교육'기업인 바이주스나 아티큘레이트의 직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학습자에게 직접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반대로 바이주스 또는 아티큘레이트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배우게 될까요? 전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교육기업이라고 불리는 회사의 직원들은 교육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케일업이 가능한 교육기업은 직접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교육을 매개합니다.

예를 들어 바이주스는 인도의 아동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성적을 향상시키는 데에 필요한 학습 컨텐츠를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학교가 하지 못하는 학습 태도 개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제공합니다.

바이주스는 결과적으로 양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중개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쪽 끝에는 청소년과 아동들(혹은 학부모–바이주스는 부모님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렇다면 반대쪽 끝에는 누가 있을까요? 컨텐츠를 만들거나 바이주스의 학원(혹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강사들일까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바이주스는 교육자보다는 '학교 시험 설계자'들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바이주스가 직접 자신들의 서비스를 학교나 전국단위 시험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바이주스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성적, 혹은 더 넓은 의미의 '학교 적응'을 돕고 있기 때문에, 성적을 관리하고 학교생활을 평가하는 이들과 이들의 목표를 분석하는 데에 비즈니스의 많은 자원을 투여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3년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입시 비리 사건을 들여다보면, 마찬가지로 입시 컨설턴트들은 결국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평가담당자들을 자신들이 생산한 결과물(컨설팅 받은 학생)을 받아보게 되는 최종적인 고객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교육기업에서 '교육'이라는 레이블을 떼어낸다면

아티큘레이트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들의 주요 고객은 학습자나 교강사가 아닌 온라인 직무훈련을 제공해야 하는 기업 또는 자체 LMS/CMS가 없는 교육기관들입니다. 교육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이들의 비즈니스는 교육 그 자체가 아닌 매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워드프레스가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개발자 교육 혹은 멘토링을 제공한다고 하는 대부분의 교육기업 중 상당수는,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없이 정부의 교육훈련을 위탁운영하는 B2G 비즈니스 기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심지어 교육기업, 에듀테크 회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취업 후 교육비를 내는 기업도 있죠. 그 비즈니스 모델을 핵심적인 수익구조로 가져가는 곳은 채권 추심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에 가까워 보이기도 합니다.)

메가스터디를 비롯한 사교육 기업들은 학습과 관련된 컨텐츠 생산 기업 또는 '1타 강사'를 매니징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깝습니다. 스케일업에 성공한 거대한 교육기업들을 제외하고 나면, 학교와 동네학원만이 진정한 교육 비즈니스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육기업에서 '교육'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비즈니스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다면 사실은 교육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성격을 갖는 지점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와 같은 해체적 관점에서 본다면, 에프랩의 비즈니스 역시 단순한 교육기업, 혹은 에듀테크 기업으로서 교육상품을 세일즈한다, 혹은 사람들을 가르친다는 정도의 분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에프랩은 다른 교육기업들 혹은 개발교육 비즈니스를 표방하는 팀들과 구분되는 독특한 지점이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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